마누라를 만난지 10년이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 동료였지만 한층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인사조차 안하고 지내던 사이였던지라 후에 같은 층에 근무하게 되면서 교제 하기로 하고는 정한 날짜가 8월 8일 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시당초 무슨날을 챙긴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사람으로서 마누라에게 처음부터 선언한 것이 있었습니다.

무슨 날이라는 것을 챙기는 것,특히 100일,200일 챙기는 것은 우리는 하지말자.
마치 우리가 만나온 날이 100일까지 온 것이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면 앞으로 같이 할 많은 날들은 의미가 없거나, 다르게 생각하면 '우리가 100일을 함께 지냈네' 하며 마치 더이상 함께 하지 않을 것 같은 종점처럼 생각이 들었기에 우리들 기념일보다 부모님이나 가족들의 기념일을 더 생각하자.

대강 이런 말들로 기념일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주변 젋은 친구들 보면 100일을 기준으로 헤어질 것인지 더 사귈 것인지 고민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을 여럿 보았기에 이러한 기념일에 무뎌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지내오다보니 솔직히 생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뭐 다른 것을 해주거나 해준 적은 없습니다.
항상 생일이라고 뭔가를 하자고 하지만 평소 자주가는 식당중 좋은 곳 골라 식사나 할까,
그외에 다른 선물을 서로 한다던가 하지도 않습니다.

또 이렇게 생일에 대해 무뎌진 이유중에 하나는 마누라 생일 바로 3일후엔 본인의 생일입니다. 같은 음력 6월생이라 생일도 서로 이것저것 말고 퉁치고, 주말에 외식이나 하는 정도로 항상 그저 그렇게 넘어 갔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같이 지내면서 고생도 많이 시켰는데 미안한 마음이 항상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3000일은 기념으로 통기타가수도 부르고 꽃다발에 이벤트를 한번 처음으로 한적이 있었습니다.
마누라 사무실이 난리가 났다고 하면서 목소리를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싫지 않는 목소리로 전화를 바로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요즘은 이런 이벤트들이 참 많습니다.
또 방송을 보면 이벤트에 대한 압박을 받을 정도로 주변에서 대단한 경우도 보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은데,그런 이벤트하는 것을 보면 왠지 내가 잘못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듭니다.
그런 기념일을 안챙긴다고 사랑안하는 것은 아닐텐데, 이벤트 압박에 시달리는 젋은 친구들도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가끔은 저 역시도 무언가를 해주고 싶습니다.
은빛 찬란한 반지가 아니라도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됩니다.
아이 낳고 늦게 까지 일하고 들어오는 마누라를 보니 점점 안쓰럽기만 합니다.
그나마 그전에는 일찍이라도 출퇴근했는데, 요즘은 정말 직원들의 뽕을 뽑을려고 하는지 업무량이 많아 자진해서 늦게까지 일을 하지 않으면 다음날 고생이라 매일 늦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저처럼 영업직에 자유로운 일만 주로 해온 사람은 내가 원하면 그냥 퇴근하거나 내가 원하면 야근하기에 마누라의 그저 반복되는 야근이 미안스럽게만 보입니다.

그래서 마누라의 생일이라 새벽에 미리 미역국을 끓여 보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누라의 출산이후 미역국을 여러번 끓여 보았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양지고기 사서 물에 담가 핏물 빼고, 미역은 물에 불려 싹 딱고,소금에 간장 조금씩, 마늘 약간을 넣고 끓여 보았습니다.
아 고기는 우선 참기름을 조금 넣고 달달 볶아서 하면 맛있다는 식당 아주머니의 조언을 따라 우선 고기부터 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합니다.아니 매번 이상합니다.
어쩌면 국을 끓일 때마다 맛이 다른지.....쩝
국을 끓일 때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봅니다. 맞게 하고 있는지...
그럴때마다 좌절하는 것은 '미역국 : 난이도 하'

난이도 하인 국을 정말 잘 못 끓입니다.
다른 계란종류 요리나 볶음등은 그래도 10년 자치생활로 단련이 되어 있는데, 국이나 찌게는 정말 못하겠습니다.
매번 맛이 다르니 할 맛이 안나기도 합니다. 결국 조금 짜게 되었습니다.

아침을 거의 안먹는 둘이서 오늘은 아침을 미역국과 함께 먹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마누라는 자기보다 낫다며 (이것은 자꾸 시키기 위한 멘트)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는것을 보면 마음이 좋아질 수 있는 것을 알게 해준
우리 집 두 여자,마누라와 딸 지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살면서 많은 것은 못 해주더라도 생일 미역국만은 마누라에게 직접 끓여주어야겠습니다.
'마누라, 생일 축하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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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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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6 13:0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멋지시네요.......
    지희도 많이 컸네요..^^
    • 2008/07/16 20:10
      댓글 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지희 크는 모습보는 재미가 가장 큽니다.
  2. 2008/07/16 19:58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너무 잘 하셨네요..
    와이프께서 넘 좋아하셨겠어요..
    멋진 남편이네요.. 짝짝짝!!!
    지희도 넘 예뻐졌어요... ^^
    • 2008/07/16 20:10
      댓글 주소 수정/삭제
      그래도 여전히 국 끓이는 것은 힘들어요.
      도대체 간을 못 보겠으니...ㅎㅎㅎ
  3. 2008/07/17 01:19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제 남편 일회용 미역국을...ㅋㅋ 그나마 감동이었었죠..
    근데 그게 언제였더라? 할 정도로 아주 오래전 일이에요..ㅎㅎㅎ
    남편이 미역국을 못끓이는데..인스턴트 미역국 맛 내 보겠다고 파를 넣었다는...ㅜㅜ
    생일 지나고 한참 후에 그랬습니다.
    미역국에는 파가 들어 가면 안 된다고..그냥 감동 먹어 줄테니..앞으로 절때 절때로 끓이지 말라고 말이죠..ㅎㅎ
    • 2008/07/17 01:37
      댓글 주소 수정/삭제
      저도 자취할때 미역국 끓여 먹으면 파를 넣었는데, 마누라 사귀면서 그거 넣으면 안되는 줄 알았어요.
      어쩐지 맛이 안나더라였지만, 지금도 국,찌게는 그때그때 맛이 틀려요...왜 그럴까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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